[2021 혁신특집/축사] 김석수 총괄협의회장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의 조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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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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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수 대학혁신지원사업총괄협의회장(부산대 기획처장)

nPr과 nCr.
중등교육과정 수학 교과내용 중 순열과 조합의 기본 개념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유명 경제연구소의 이사 한분이 지역의 중소기업경영자들이 초청한 특강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R&D를 위한 재무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매출이익의 10~20%를 신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상용화되지 못하고 대기업이나 연구소 캐비닛 속으로 들어가 잠자고 있는 선도적 첨단기술이 상상 밖으로 많이 있다. 지역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해서 R&D 지출 규모로는 경쟁이 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고만 하지 말고 다양한 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인 신기술과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라”.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모든 중소기업이 탐험적 지식과 기술 투자에 집중하기 보다는 일부는 활용적 지식과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투자를 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전국의 대학들이 지속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대학혁신을 경주하고 있다. 혁신 선도대학들은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을 절묘하게 배치하고 조합하면서 고등교육시장의 공격적 혁신리더대학(innovator)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 움직인다. 선도대학의 혁신기제와 전략에 대한 강약점을 체계적으로 분석·벤치마킹하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지인반보 전략을 통해 혁신대학의 자리를 넘보는 후발혁신대학(follow the leader)들도 있을 것이다. 수요자 시장으로 전환된 우리나라 고등교육시장에서 혁신지향성 보다는 존립을 걱정하는 방어형 전략과 더딘 혁신 스탠스로 롱테일(long tail)의 이점을 취하는 느림보 대학(laggard)도 존재할 것이다.
고등교육환경의 급변과 악화라는 공통된 현실 속에서도 개별대학이 처한 외부환경(수도권대학 vs. 지역대학 등)과 내부환경(내부자원의 수준 등) 또한 제각각이기에 모든 대학에 만병통치 처방은 없다. 결국, 다양한 대학과의 협력과 공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풍부한 유·무형의 내부자원이나 입지우위를 가진 대학과 부족한 내부자원이나 입지열위를 극복해야 하는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이 필요하다. 부족한 내부자원과 입지열위를 가진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수도권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 지역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간의 협력적 경쟁 등 협업할 대상도 많다.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이 추진해야 할 혁신의 대상과 혁신의 방법도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탐험적 대학혁신(n)과 활용적 대학혁신(nPr, nCr)의 조화가 우리나라 대학혁신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지속가능한 선순환 고등교육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불확실한 고등교육환경 속에서 대학들이 지속성장하고 국가와 지역혁신의 요체로써 그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위기의 대학들도 국가와 사회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탐험적 혁신과 활용적 혁신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지역경쟁우위의 원천이 돼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도 지역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연구·지역사회공헌 기관인 대학을 재인식하고 지역대학정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산업계도 대학의 인재양성체계와 교육과정과 방법에 문제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 산학협력교육과 연구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그러나 대학혁신의 핵심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대학 자신이다. 대학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