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봉 사무총장, “학생 교육 투자할 여력 없는 사립대학, 자주성 상실한 지 오래” 외국인 유학생 적극 유치, 지자체 상생 협력 논의 등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도 선행돼야 “이전부터 사립대학 지원법 논의됐지만 전부 무산돼…법안 통과에 집중할 때”
[광주=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사립대학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1일 광주에서 열린 ‘제12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Webinar) 콘퍼런스’에서 최규봉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사립대학의 구조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 앞서 최규봉 사무총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2003년부터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했다”며 “사립대학의 재정난은 대학의 존폐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계에 부딪힌 사립대학의 출구 전략을 하루빨리 모색할 때”라고 언급했다.
■ “법인 해산해도 잔여재산 처리 어려워…자발적 구조조정 지원할 특별법 제정 필요” = 사립대학의 실상부터 분석한 최 사무총장은 현행 법령으로는 사학의 강제해산이 어려울뿐더러 해산 시 잔여재산 처리도 규정이 없어 사립대학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입생 충원율이 50%를 밑도는 대학이 2020년 12개교에서 2021년 27개교로 2배 이상 늘었음을 지적하며 신입생마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의 운영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학 운영의 기본은 학생 등록금과 수익사업의 수익금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2040년에는 지금보다 22만 7371명이 미충원된다”며 “등록금이 줄면 자연스럽게 교육에 투자할 여력도 사라진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사립대학의 붕괴에서 끝나지 않고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정책을 소개한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률안 제정부터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참여정부 이후 그동안 정치권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위해 다양한 법률안이 상정됐지만 해산장려금 등 여야 의견이 상의한 부분이 많아 통과되지 못했다. 이런 사례를 들어 실효성 있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책 통과 이전에 기존 사립대학들의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 유휴 시설 및 공간을 활용하거나 지자체와 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등 혁신을 위한 사립대학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립대학을 위한 법률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정책 통과 이후 장기적인 대학 발전을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학교 재산 매각 외의 자금 확보 방안 논의할 때 = 사립대학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 및 토론 시간도 있었다.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이 좌장을 맡고 이영호 계명대 교육혁신처장과 박경종 광주대 기획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발표에 대한 소감과 궁금한 점을 최규봉 사무총장과 나눴다.
이영호 교육혁신처장은 학교 재산 매각 여부가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현재 계류되고 있는 사립대학구조개선지원법이 통과된다면 해산장려금을 지급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학교의 재산이 매각되지 않으면 재정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남겼다. 이영호 처장은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자금 확보 방안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아이디어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은 폐교 후 후속조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직원 이동을 예로 들며 “대학 재정난으로 기존 교원마저 줄이는 상황에서 폐교 대학의 교직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직원 이동을 포함해 폐교 후 후속조치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역할 분담 필요, 각 대학 장점 살린 공유대학 구축 제안도 = 박경종 광주대 기획처장은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출구전략보다는 생존전략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계 대학은 출구전략이 적절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적절한 생존전략 설정을 위해서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간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박 처장은 “사립대학의 자주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국립대학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무방하다”며 “사립대학의 역할을 다시 한번 설정할 때다. 그렇게 정해진 방향성을 통해 사립대학이 각자 상황에 맞는 출구전략이나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해결책으로 공유대학 체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사립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외에도 글로컬30 등 국가재정지원사업에서 국립대학과의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유대학 체제를 통해 교육 발전을 이끈다면 지방거점 국립대학과의 선의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구조개선법 통과돼야 고등교육 생태계 붕괴 막을 수 있어 = 토론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에 대해 최용섭 본지 주필 겸 편집인은 고등교육 생태계에 사립대학 구조개선지원법안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용섭 편집인은 “사립대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며 “재정 부담을 느끼는 대학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등교육 생태계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계가 구조개선법 통과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편집인은 “이전부터 논의됐던 법안이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 역시 대학계의 관심이 없으면 그대로 폐기될 것”이라며 “대학의 위기 상황 속에서 사립대학이 먼저 해당 법안에 주목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